책을 읽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경험이지만, 그 고독은 감미롭습니다.
개정판|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저
고독이란 단어를 여기서 보게 되네요. 고독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타지에서 살 때 새벽에 왠지 울고 싶어지더라구요.
룸메이트와 방을 공유하는 상황이라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 편, 내 친구, 내 가족들에게 연락하기도 애매한 시간이잖아요.
다들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니까요.
저는 그때 고독을 느꼈습니다. 되게 어둡고,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러한 고독이 감미롭다니요!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시절 느꼈던 고독의 경험 때문에 고독에 대해 생각하길 막연히 피해왔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읽기가 고독이며 감미롭다고 하니 머리에 새로운 지평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뭔가... 트이는 기분인데 기분이 그런거라 아직 글로는 다 표현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꽤 낙관적인 기분은 맞습니다.
문학은 오랜 세월 말에 쌓여 있는 수많은 먼지 같은 것을 털어서 그 말의 고유한 의미나 다른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 자체이면서 표현 방식이기도 한 언어를 가장 예민하게 다루는 문학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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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쌓여 있는 먼지를 털어 내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죠? 이동진 작가님 또한 여기서 문학을 하신 겁니다!
제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뭔가.. 뭔가 머릿속에는 그려지지만, 단어로도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게 그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될때.
그게 바로 먼지 쌓인 말을 표현한 것 아닐까요.
예를 들어 제가 절대 못 잊는 구절이 있는데요
저자도 제목도 모르는 시의 구절입니다.(이 글을 쓰기 위해 구글링 해보긴 했습니다)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라는 구절인데요, '영원'이란 단어를 표현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런 표현을 하기에 시인이라 부르는 것인가 감탄했습니다.
미국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관한 책을 읽는 게 아니라는 거죠. 미국에 직접 가보고도 알 수 없는 것들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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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POWER 집순이입니다. 제 주위에선 아직 저보다 집순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지루해하지 않거든요.(사랑하는 지인들에겐 다소 미안한 말이지요?)
특히 혼자 누워 천장을 보다가 문득 책이 읽고 싶어져서 펼치는 순간을 가장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는 여행에 큰 흥미가 없습니다. 관심이 딱히 없는 것이지만,
호 vs 불호 중 하나를 꼭 고르라고 하면 불호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네요.
제가 관심 없는 행위에 저의 자원과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쓰는 것에 거부감이 있습니다.
책을 읽어 느낄 수 있는 세상만으로도 저는 족합니다.
더러는 저를 안타깝게 보는 분들도 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시간이 지나 제 가치관이 자연스레 바뀔 수도 있는거구요ㅎㅎ
아무튼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세상만으로도 다채롭고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은 후 우리는 그냥 뭉뚱그려진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글이나 말의 형태로 옮기지 않는 한 생각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또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말하고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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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좋아한 지는 좀 됐지만 본격적으로 감상을 글로 남긴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은 그냥 감명 깊은 문장을 수집만 했습니다.
'감명'을 받았다고 하면 내 느낌과 생각이 있을텐데 그것을 달아 적기가 왠지 민망하더라구요.
지금도 사실 민망하지만 꾹 참고 포스팅하는 겁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문제인데요, 어린시절부터 제 머릿속에 든 것을 꺼내는 걸 싫어했습니다.
얼마나 어릴때부터였냐면요 유치원때부터요! 뭐가 어디서부터 문제인지도 모를 나이지요.
일기를 써오라는 숙제가 얼마나 싫던지. 느낀점을 몇줄 이상 써와라.
독서감상문도 싫었어요. 줄거리의 나열 말고, 느낀점을 몇줄 이상 써와라.
느낀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을 남에게 보이는 게 싫었거든요. 이유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점점 많은 텍스트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든 게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 이걸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혹은 글을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내 생각이 흘러 나와 적힌다든가요.
가끔 제가 이런식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는 등 글쓰기를 하는 걸 신기해하는 지인들이 있는데요
그래서 저는 그 지인들에게 '많이 읽어봐, 뭐든.' 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책을 읽으면 자기 반영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면서 내가 토마시 같은지 테레자 같은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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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에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다양한 인물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 제 마음을 가장 끈 인물은 바로 주인공의 남동생 '진모'입니다.
모순이라는 소설 속 인간 군상 중 나는 '진모'에 속하는 게 아닐까 문득문득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들어가는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니라 남들이 가는 길을 흘긋흘긋 쳐다보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이런 생각을 같이 책을 읽은 친구에게 말했을 때 '그럴 리가 없다~' 라고 했지만
수년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당시 저는 주인공 '진진'보다는 '진모'에 가까웠던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수년이 흘러 지금은 조금 더 '진진'에 가까워 진 것 같다고 스스로 느낍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포기하는 것도 늘었습니다.
지난 몇 년은 제게 그런 시간이었다는 걸 오늘 이 구절을 읽으며, <모순>을 떠올리며, '진모'를 떠올리며 정리했습니다.
정말 유명한 작가님이죠. 이동진 작가님.
항상 읽고 싶었는데 얼마전 구독분이 쓴 포스팅을 보고 저도 따라 샀습니다!
아직 1챕터 밖에 안 읽었는데 감탄과 생각을 이렇게나 자아내는 책이었습니다.
앞으로 읽을 챕터2 그리고 그이후도 기대됩니다.
그런데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습니다ㅎㅎ
저자님도 책을 다읽으려고 부담 갖지말라고 하시더군요.
언젠가는 챕터 2도 읽겠지만 기약은 두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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