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1부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파쿠파쿠 2023. 5. 3.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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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모욕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내게 기회를 주고 싶을 뿐이다. 다르게 살아볼 기회를.......

 

제목만 본다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듯한데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단지 자신에게 다르게 살아볼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솔직히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나조차 알 수 없다. '노력하지 않는 삶'은 나도 처음이다.

그러니까,

이건 내 인생을 건 실험이다.

 

인생을 건 실험이다.
'이렇게 하면 저러한 결과를 낼 수 있어요.'라는 격언을 떠올려보자.
대게 맞는 말일 경우가 많지만... 난 항상 생각한다. 내가 죽기 직전까지 유효한 말일까 하고 말이다.
나는 내 선택이, 지금의 감정이 이끄는 것의 결과에 대해서, 죽어 눈 감기 직전에 어떤 결과가 되어있을 지 상상한다.
인생을 건 실험이라는 건 그런 뜻이 아닐까?
누구도 내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내 인생을 걸고, 내가 온전히 다 책임을 지고 실험해 본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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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여자도 남자도 똑같이 운이 좋았는데 여자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자신이 얻은 것은 노력으로 받은 보상이라 생각하고 남자가 얻은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자기가 한 것에 대한 보상을 남들에게서 받으려고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비단 현재가 경쟁사회이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앞 문장의 사상이 부당하다 여긴다.
자신이 원해서 했으면 그 보람은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내가 열심히 했으므로 이 정도 '위치'를 가지는 것은 당연해. 라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의 상식이지만...
그 위치라는 게 결국 남들보다 위를 선점한다는 얘기지 않은가. 개인적 느낌상 밟고 올라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생각해도 내 사상은 참으로 불온하다. 내가 객관적으로 열심히 살아온 편이므로 이런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어디 가서 입밖으로 절대 꺼내지 않는다. 익명에 숨어서나 적어 본다.)
 
 
 

 

나는 이긴 적이 없다. 매일 무언가를 '이루어 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나는 상대적인 패배감을 느끼곤 한다.

 

솔직히 나는 무엇을 하든 못 해본 적이 없다. 객관적으로 상위 10% 안에 들었다.(솔직히 이 객관은 나의 주관이긴 하다ㅋ)
하지만 내 마음 속에 있는 건 패배감 뿐이다. 왜냐하면.... 상위에는 1%도 있고, 5%도 있고, 하다못해 9%도 있다.
나는 그걸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난 패배자라고 느끼기만 했다. 불행했다.
그럼 아래 90%는 뭐가 되냐고? 내겐 상관 없었다. 패배감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보다 '못 한' 사람들을 보고 우월감을 얻는 것은 저열하다. 쓰고보니 나는 참 앞 뒤로 꽉 막혔다.
그러니 아무도 뭐라고 안 해도 스스로 힘들어 미치려고 한다.
 
 
 

 

열정은 사랑이다.

열정 같은 거 없어도 우리는 일만 잘한다.

 

사랑. 사랑은 중요하다. 에로스적 사랑은 세상의 사랑 중 극히 일부이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에서 가수 이소라가 한 성당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말한다. '이건 사랑이야.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라고 말 한 것을 보았다.
맞다. 이것 또한 사랑이다. 그 건물은 건축가의 사랑이었기 때문에 수세기를 거슬러 사랑받는 아름다움이 된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그러한 사랑을 쏟을 만한 대상인가?
내가 그동안 거쳐왔던 일들은 아니었다. 내 열정을 바쳐 일했지만 그 열정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나는 격렬히 거부하고 싶다.
퇴사 이유: 개인 사정, 이유 없는 퇴사일 때 흔히 쓰는 문구 인데 이유가 없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의 이유를 이 책의 문구를 보고 알았다. 내가 사랑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돈만 있으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데.......'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일을 하면 돈을 주잖아. 돈만 있으면 원하는 걸 할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건 많지 않아."
"너 기계 좋아하잖아. 먹는 것도 좋아하잖아. 그런거 다 돈으로 하는 거잖아."
"기계는 가끔 사면 돼. 항상 맛있는 것 먹고 싶은 마음도 없어. 매번 기계를 사는 것도 맛있는 것 먹는 것도 아닌데 왜 매달 많은 돈을 벌어야 돼?"
 
위의 대화는 실제 친구랑 한 대화다. 창과 방패의 대화인가? 한 쪽의 생각이 요상해 보인다면 그건 '파쿠파쿠'다.
나는 내가 쓸 만큼만 벌고 싶다. 근데 내가 쓸 돈은 그리 크지 않다. 이게 내 인생관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쳐서, 보험을 넣는다고 해도 그러하다.(보험은 많을수록 손해본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저축과 예방을 선호한다.)
참고로 파쿠는 후대를 낳아 기를 생각이 없는 사람이므로 이런 생각이 가능한 듯도 하다.
원하는 게 적으면 필요한 돈도 적고 벌어야 하는 돈도 적으며 결론적으로 일해야 하는 양도 줄어든다.
근데... 현대의 한국에선 쉽지 않은 것 같다. 그 중용을 찾는 것도, 내 능력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청춘의 열병을 앓던 시절, 나는 내 선택에 따라 앞날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매 선택에 신중했고, 겁이 났다. 이 선택이 맞는 선택일까?

물론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었다. 내가 아무리 이쪽으로 가려고 해도 큰 흐름이 나를 저쪽으로 데리고 가는 일이 더 많다.

 

파쿠의 취미와 특기는 다이어리 쓰기, 계획하기다. 주위에선 '플랜걸'이라 불린다.
하지만 MBTI 검사를 해보면 J(계획형)은 나오지 않는다. P:J = 51:49 정도로 나온다.
계획을 하는 이유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돌발상황은 99.9%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계획이 없다면 그 돌발상황은 거대한 해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계획이 있다면 키를 돌리고 노를 저어 해볼만 한 것으로 바뀐다.
 
저자는 40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이끈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큰 흐름이라고 한다. 내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한다.
내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 하는데... 나보다 오래 사신 분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스트레스를 좀 덜 받아도 될 것 같다.
또한, 앞으로 내게 닥칠 큰 흐름이 기대되기도 한다.(미쳤나보다ㅋ)
 
 
 
아직 1부만 봤는데 사실... 글이 좀 피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거뿐만 아니라 예시들도 다소 한정적이다.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알맞은 일러스트가 등장하곤 하는데(저자는 그림그리는 사람이다), 그런 면이 아주 귀신같다.
그래도 자신의 일생일대를 건 실험을 이렇게 책으로, 그것도 욕 먹을 만한 제목을 걸고 냈다는 것이 대단한다.
뒷 내용을 더 읽어야 하나? 싶은데... 생각 나면 또 읽을 것 같다.
요즘 구독형 앱이 늘어서 이책 저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이 생겨서 그렇다.
 
 
 
이유 없이 속이 답답~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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