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쿠's INSPIRATION

빽다방 원조커피에 대하여

파쿠파쿠 2023. 4. 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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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매우 좋아한다.
물처럼 마신다. 내 피는 카페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달한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몹시 tmi지만 꽤 육중한 몸을 지닌 파쿠는, 의외로 단 음료를 잘 마시지 않는다.
먹고 난 뒤 입에서 달케이는(사투리인가요?) 특유의 찝찝함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무던할 것 같이 생겨선 은근히 가리는 게 많은 나다.
하지만
싫어하던 것도 추억이 생기면 좋아하게 된다.
난 추억에 약하다.
 

빽다방 원조커피도 그러하다.
이전 직장에 다니던 주임님이 추천해준 커피다.
직장생활이 으레 그러하듯
'아, 전 달달한 건 안 먹어요^^'
라고 신입으로서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먹게 됐다.
솔직히 맛은 그냥 상상하던 '단' 맛이었다.
 

그런데
같이 빽다방 원조커피를 먹던 주임님의 표정을 봤는데
너무너무 행복해 하는 표정이었다.
나에게는 무미건조 하던 맛이, 그 표정을 보니 어느새 행복의 맛으로 바뀌어버렸다.
 

이렇게나 맛있어서, 좋아하는 커피를 잘 알지도 못 하는 후배 사원에게 권해준 주임님.
그리고 자신도 즐기는 천진한 그 모습에... 나는 반한 것 같다. 그 주임님에, 커피에.
성애적 의미가 아니다. 그냥 그 순간이 내게 인상적이었고 추억이 됐다는 의미다.
 

오늘 기대했고 싫어했고 부담됐던 면접을 마치고 산책을 한 바퀴 돌았다.
공부하러 늘 다니던 거리. 늘 지나쳤던 빽다방.
면접을 마치고 한 숨 돌리니 왠지... 그 원조커피가 생각났다.
먹어야 할 각이라고나 할까?ㅎ
 

그래서 퇴사하고 처음으로 빽다방에 갔고, 퇴사하고 처음으로 원조커피를 먹었다.
역시나 맛은 예전에 느꼈던 그대로지만('단 맛')
그래도 그래도 내가 '한 숨 돌리는 마음으로 찾는 커피'를 만들어준,
그 주임님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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